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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일상다반사

라떼는 이게 내 자가용이었어! 리어카를 아십니까?

by 윈터곰 2022.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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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광고의 한 장면

"라테는 말이야~이런 것도 있었단 말이야~"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며 쓸데없는 참견으로 비호감을 사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단순히 누군가는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작은 유흥이다. 나 때는 이런 재미있는 것들이 있었는데 지금 아이들은 모르는 그런 것들. 그러니까 나와 함께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잘 찾아보면 책장 저기 어딘가 구석에 한 권쯤 꽂혀있을지 모르는 유홍준 교수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 나오는 '마애불'이나 '석굴암'같은 기록할만한 문화유산을 이야기 하자는 것은 아니다. 기억하고 기록해봐야 하잘 쓸데없지만 우연히 마주치거나 떠올리면 추억이 함께 소환되는 그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옛날 시골 리어카의 모습오래된 리어카가 나무 기둥에 메어있다.

[라떼는말이야] 기억하고 싶은 옛날이야기① - 리어카

첫 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라떼는 리어카다.
얼마 전의 일이다. 8살 조카와 함께 책을 읽다 '리어카'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리어카를 모르는 아이가 질문을 했습니다.

"리어카가 뭐야?"
"수레 같은 거야, 예전에 무거운 짐을 싣거나 사람이 타기도 하고..."
"수레가 뭔데? 어떻게 생겼어?"

말로 설명하기 어려움을 깨닫고 곧장 리어카를 검색하여 보여줬다. 아이는 신기하다는 눈으로 리어카를 바라보며 여러 가지 모양의 리어카 사진을 눌러봤다. 그런 아이를 보며 나는 리어카를 모르는 아이가 신기했다.

[리어카의 사전적 의미 및 유래]

리어카(일본어: リヤカー)란 대한민국, 일본 등에서 주로 사용되는 고무바퀴가 2개 달린 운반용 손수레를 일컫는 말이다. 이름이 영어 단어로 되어 있어서 서양 물건인 듯싶지만, 1921년경 일본에 들어온 사이드카와 마차 수레의 장점을 합쳐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일본식 영어가 고착화된 단어로 아마도 “뒤에 달린 차”라는 뜻의 “뒤(rear)”와 “차(car)”의 합성어가 한국에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 굳이 영어식으로 표현한다면 Hand Cart 정도가 맞을 듯. 국립국어원에서는 순화어로 '손수레'를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이 글을 쓰기 위해 찾아보면서 처음 알았다.

[라떼의 리어카]

리어카를 타고 놀던 옛날 아이들의 모습정겨운 막걸리와 주전자

사실 리어카와 관련하여 가슴이 뭉클해지는 엄청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딱 요맘때쯤이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을 하면 시골 할머니 댁에서 그저 신나게 리어카를 타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전라북도 정읍시 입암면 하부리라는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읍내에 가는 버스가 하루에 4대뿐이었고 그마저도 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아 차라리 걸어가곤 했다. 읍내에는 주로 비디오테이프를 빌리러 갔다. 가장 좋아하는 건 닥터슬럼프와 슬램덩크였다.

농구 좋아하세요? 만화 슬램덩크의 한 장면

낮에는 놀이터라고도 하기 민망한 마을 어르신들이 만든 허술한 그네 하나만 덜렁 놓여있는 공터에서 동네 아이들과 리어카를 타고 놀았다. 서로 밀어주고 태워주고 빙글빙글 도는 것뿐이었지만 그저 재미있었다.

동네 할머니들이 모여서 화투를 치시는 날에는 항상 나에게 막걸리 심부름을 시키셨다. 가로등도 잘 없는 동네라 해가 지고 나면 밤길이 제법 깜깜했다. 무서움에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다 보면 동네에 하나뿐인 봉길 슈퍼의 불빛이 보였다. 말없이 주전자를 내밀면 봉길 슈퍼의 특제 막걸리를 주전자에 담아주셨다. 그리고는 은색 컵에 한 잔 따라 내게도 건네주셨다.

생애 첫 음주였다.

옛날이야기 1호 리어카는 나에게 도대체 뭐가 그리 즐거웠을까 하는 의문으로 남은 추억과 시큼하고 꿈꿈 했던 막걸리의 맛으로 남아있다. 그러니까 오늘 저녁은 막걸리나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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