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산>, 제가 감히 장군님께 이런 불경한 마음을...(a.k.a장군님 불경단)

영화 한산을 보고 왔습니다. 여름이고 '휴가도 못 갔는데 텐트폴 무비라도 봐야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하러 갔다가 불경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n 회차 관람 예정이니 극장에서 오래오래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ㅁ 영화 한산 개요

영화 한산은 2022년 7월 27일에 개봉한 한국 영화로 성웅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 대첩을 다룬 영화입니다. 관객 수 약 1,761만 명으로 국내 개봉 영화 관객 수 1위인 '명량'의 프리퀄입니다.

1592년 4월, 임진왜란 발발 후 단 15일 만에 왜군에 한양을 빼앗기며 조선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왜군은 연승에 힘입어 그 우세로 한산도 앞바다로 향하고, 이순신 장군은 조선의 운명을 가를 전투를 위해 필사의 전략을 준비합니다. 1592년 여름, 음력 7월 8일 한산도 앞바다,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한 조선의 운명을 건 지상 최고의 해전, 한산도대첩에 대해 다룬 영화입니다.

ㅁ 장군님 불경단이란?

영화 한산에서 박해일 배우가 연기하는 이순신 장군님이 등장할 때마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맞나?', '내가 감히 장군님께 이런 생각을... 이순신 장군님 너무 섹시하신데?'라는 불경한 생각이 들고 만다는 관람객들의 관람평이 하나둘 언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내가 이러면 안 되는 건데 ‘한산’ 속 장군님(박해일)을 보면 설레고 자꾸 생각난다는 이들의 자기 고백이 연쇄적으로 온라인상에 펼쳐졌고, ‘불경스럽다’(?)는 단어로 공감하기 시작한 팬덤은 '장군님 불경단'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한산의 제작 배급을 맞고 있는 롯데시네마 측에서도 이를 인지했는지 공식 SNS 계정에서 '불경단'을 언급하면서 다시 한번 화제가 되었고, 팬덤의 n 회차 관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ㅁ 함께 불경한 마음을 가져보아요.

영화 '한산'은 현재 500만 관객을 넘어서 손익분기점인 600만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이미, 보고 오신 분들도 많으실 테고 안 보셨다면... 빨리 보세요.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합니다.

해상전투 장면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박진감 넘치고 통쾌하기 때문에 꼭 큰 스크린, 빵빵한 사운드로 보셔야 합니다. 드넓은 한산도 바다 앞에서 빵빵 터지는 왜구들을 보고 있자면 더운 여름 가슴속까지 시원해지실 겁니다.

영화 한산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영화에 대한 리뷰야 저보다 필력도 좋으시고 영화에 대한 지식도 많으신 분들이 이미 많이 하셨을 테고요. 저는 한산을 보고 나서 박해일 배우가 연기한 이순신 장군님께 불경한 마음을 가진 자들, 장군님 불경단에 대해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박해일이 연기한 이순신 장군님은 지금까지 많은 배우분이 연기했던 이순신 장군님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작 '명량'에서 지적받았던 부분들을 김한민 감독이 적극적으로 보완하면서 절제된 지장으로서의 이순신 장군을 연출하려는 의도가 있었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박해일이잖아요... 봉준호 감독이 살인의 추억을 연출하면서 배우 박해일을 두고 '비누 냄새나는 변태'라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 완벽하게 이해했습니다. 박해일 표 이순신은 덕후들을 자극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처연하고 고고하면서 지켜주고 싶은 이순신이라니... 먹물 냄새나는 선비 같은 이순신 장군님이라니...

장군님께 이런 불경한 마음을 가져서 죄책감이 들 때는 난중일기를 낭독하거나 필사하라는 댓글이 달립니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기고 공감하는 팬덤 놀이 문화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여하튼 불경단은 죄가 없습니다.

처연하고 쓸쓸한 장군님(박해일) 탓이어요. 배우님 사진 한 장 남겨놓고 저는 난중일기 읽으러 갑니다. 아직 한산 안 보신 분들 계시면 꼭 보러 가세요. 함께 불경한 마음을 가져보아요. 장군님의 중저음이 떠오르는 명대사 남겨놓고 저는 이만.

적의 거친 기세를 이용해 적을 제압하려 하나니
한산도 앞바다에 성을 쌓는
학익진을 펼치려 한다.
다가올 우리의 싸움이 이 전쟁의 운명을
결정지을지도 모르겠네